시집1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_류시화 일요일 오전에 조용한 카페에서 읽은 시. 류시화 시인의 시집은 언제 읽어도 마음을 울린다. 소면 당신은 소면은 삶고 나는 상을 차려 이제 막 꽃이 피기 시작한 살구나무 아래서 이른 저녁을 먹었다 우리가 이사오기 전부터 이 집에 있어 온 오래된 나무 아래서 국수를 다 먹고 내 그릇과 자신의 그릇을 포개 놓은 뒤 당신은 나무의 주름진 팔꿈치에 머리를 기대고 잠시 눈을 감았다 그렇게 잠깐일 것이다 잠시 후면, 우리가 이곳에 없는 날이 오리라 열흘 전 내린 삼월의 눈처럼 봄날의 번개처럼 물 위에 이는 꽃과 바람처럼 이곳에 모든 것이 그대로이지만 우리는 부재하리라 그 많은 생 중 하나에서 소면을 좋아하고 더 많은 것들을 사랑하던 우리는 여기에 없으리라 몇 번의 소란스러움이 지나면 나 혼자 혹은 당신 혼자 이 나무.. 2021. 3. 21. 이전 1 다음